- 도서제목
- 백석평전
- 저자
- 안도현
- 작성일
- 2015.02.23
- 작성자
- 음성도서관
- 출판사
- 다산책방
- 조회수
- 834
- 첨부파일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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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을, 시인 안도현은 백석을 흠모한다. 강신주는 김수영을 닮고 싶어 했으며 육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라면 영혼의 아버지는 김수영이라고 했다. 다수의 시인은 백석을 흠모하며 닮고 싶어 한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모방이 아닌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계승하는 일은 기쁨일 것이다.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필사를 했으며 늘 소지했다고 한다. 신경림은 백석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시인으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냈는데 백석의 시적 대상과 유사하다.
백석은 1910년대에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세 번의 이혼, 기생 자야와의 사랑, 충성과 민족주의만을 강조하는 획일화된 북한의 이념 등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백석에게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수많은 지식인이 친일파로 돌아섰지만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음에도 창씨개명에 반대하고 우리말에 애착을 갖는 애국자였다. 고향 정주로 돌아가 교편을 잡고 은둔 생활을 하며 현실에 순응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곧은 성품은 조선일보 기자에서 시골의 양을 키우는 노동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고 하지만 4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지식인이 아닌 노동자의 삶으로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의 대표적인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있다. 안도현 시인은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는 표현을 썼다. 이 시는 기생 자야에게 보낸 시인데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며 이 시를 쓸 무렵 백석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도서 백석평전(안도현 저. 다산책방)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천명의 '사슴'이 백석을 염두에 둔 시일수도 있는 점을 이야기한다. 모윤숙, 노천명, 최정희와 백석은 친했으며 세 사람은 백석을 '사슴', '사슴군' 으로 호칭했다고 한다. 키가 크고 핸섬하며 시크한 백석의 모습과 스타일을 상상하며 읽으니 시 안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백석의 시에는 시인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제목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에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는 자조적인 글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지만 백석의 노년은 쓸쓸했다. 그는 살아서보다 사후에 인정을 받았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던 지난 주말, 백석과 함께 보낸 시간은 행복했다. 지금이라도 백석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